대한예수교 장로회
대복칼럼

사순절의 의미

작성자 배의신 댓글 / 조회: 4,346회 작성일 2003-04-02 11:39
사순절의 의미
- 배의신 목사-

사순절은 부활절 전, 주일을 제외한 40일 간을 말하며,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 속죄일)로부터 시작됩니다. 흔히 사순절하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고난 등을 생각하게 되는데, 먼저 사순절은 어떻게 해서 생겨난 것인지 생각해 봅시다.
우리가 교회력과 관련하여 초대교회의 역사를 살펴보면 초대교회는 매주일을 부활을 위한 잔치의 날로 삼고 예배를 계속했습니다. 그들은 매주일을 “작은 부활절(little Easter)”로 지키면서 예배를 드린 것입니다.
초대교인들은 심한 박해에 시달리는 현실을 살면서도 날마다 주의 날을 기다리고, 이 날에 모이면 주님의 부활을 축하하면서 기쁨과 소망을 가진 예배를 드렸습니다. 이렇게 매주일 예배를 주님의 부활에 모든 신앙의 초점을 모은 초대교회는 자연히 주님께서 부활하신 바로 “그 주”(big Easter)에 연례부활절(오늘 우리가 지키고 있는 부활주일, 2003년에는 4월 20일)을 지키게 되었고, 이 연례부활절을 교회력의 중심으로 축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특별히 부활절 때에 초대교회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생명, 영원한 구원을 주신 하나님의 뜻을 기리고 감사하면서 세례식을 베풀었습니다. 유월절(Pascha)이 애굽에서의 노예상태로부터 완전한 자유를 얻은 출애굽 사건의 기념이었듯이, 초대교회는 세례를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새 생명으로 태어나 하나님 안에서 참 자유를 얻는 사건으로 보았던 것입니다(롬6:4-5 참조).
그래서 초대교회 교부 터툴리안은 “부활절은 특히 세례를 베푸는 데 있미 있는 날이다.”라고 했고, 또한 히폴리투스는 “세례 받을 사람들은 성주간 금요일과 토요일에 금식을 하고, 토요일 저녁에는 철야기도를 드리도록 했다. 부활주일 새벽에 닭이 울 무렵, 즉 예수께서 부활하신 시간 무렵에 그리스도께서 죽음에서 일어나신 것처럼 몸을 물 속에 잠갔다가 일어남으로써 세례를 받았다.”고 기록했습니다.
또한 성 바질(St. Basil of Caesarea) 은 “부활절은 세례 받기에 가장 적합한 날이다. 이 날은 부활을 기념하는 날이다. 세례는 우리 속에 부활의 씨를 심어준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께서 부활하신 날에 세례를 받음으로 부활의 은총을 받자.”고 설교했습니다. 그러므로 4세기말에 이르러 부활절은 교회에서 거룩한 세례를 받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절기가 되었습니다.
결국 초대교회는 세례와 깊은 관계가 있는 부활절을 맞이하기 위하여 자연스럽게 준비하는 기간을 갖게 되었는데, 그 기간이 바로 ‘사순절’입니다. 즉 초대교인들은 그토록 귀중한 부활절을 맞이하기 위하여 그 전에 십자가의 수난을 명상하고 금식하며 회개하는 가운데 세례를 준비하고, 새로이 세례 받는 교인들과 함께 감격의 부활주일을 맞이하였던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사순절이 생겨난 역사적인 배경입니다.

그렇다면 사순절은 언제부터 시작합니까?

올해(2003년)의 사순절은 3월 5일(재의 수요일)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면 이 날짜는 어떻게 해서 나온 것입니까?
부활주일에 세례를 받기 위하여 준비하는 기간으로 시작된 사순절은 참회의 수요일(또는 재의 수요일, Ash Wednesday, 2003년에는 3월 5일)부터 시작이 됩니다. 그리고 이 날은 먼저 부활주일 날짜가 정해지면 그로부터 40일 전으로 카운트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실제의 기간은 46일간이 되는데 이는 주일은 사순절 기간 안에 카운트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순절 시작의 날로서 참회의 수요일이 확정된 것은 주후 6세기의 Gregory I세 교황 때부터입니다. 이 날 사람들은 회개를 상징하는 베옷을 입고 머리 위에 재를 뿌립니다. 베옷을 입고 재를 뿌리는 것은 모두 성경에서는 회개를 상징하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교회는 신자들의 머리 위에 재를 뿌리며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임을 기억하라.”(창 3:19)고 말하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하필이면 사순절은 40일간 지키는 것입니까? 거기에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이렇게 참회의 수요일부터 시작하는 사순절은 처음 1세기에는 단 40시간으로 지켰는데, 이는 예수님께서 무덤 속에서 40시간동안 있었던 것과 일치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이것이 3세기에 이르러서는 부활주일 전 한 주간인 6일간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지키게 되었습니다. 이 6일간은 1년 365일의 십일조로써 후에 36일간으로 연장되었으며, 마침내 주후 325년 니케아 종교회의에서 처음으로 ‘사십 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기록은 주후 330년의 아타나시우스(Athanasius)의 편지에도 나타나있습니다.
이 40이라는 숫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데, 광야의 40일간의 예수님의 금식, 시내 산에서의 40일간의 모세의 금식, 엘리야의 하나님의 산으로 가는 길의 40일 금식, 이스라엘 사람들의 광야에서의 40년, 예수님의 무덤 속에서 40시간, 예수님 부활 후 승천까지의 40일 등. 주로 성경에서는 40이란 숫자가 ‘고난’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사순절은 회개, 기도, 화해, 금식, 그리고 세례, 계약 등을 통해 신앙적인 성장을 향해 나아가는 절기입니다.

사순절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무엇입니까?

우리가 사순절을 이해하려고 할 때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순절이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수난을 명상하고 회개하는 기간으로 시작되었다기 보다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세례지원자들을 위한 마지막 준비단계로서 시작되었다는 점입니다. 즉 초대교회 당시에는 세례지원자들은 사순절 기간동안 일상생활에서부터 떨어져 상당히 어려운 준비를 거친 후 부활주일 전날 밤에서 새벽 때나(Easter Vigil), 부활주일 아침에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러므로 이 40일간의 사순절 기간은 무엇보다도 먼저 초대교회가 성례전적인 삶 속에서 교회공동체의 자기 정체를 확실히 하는 기간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초대교회 교인들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신의 세례를 맞이하기 위하여 엄숙하고 거룩하게 자신을 준비하신 것처럼(광야에서의 40일간의 금식기도를 통한 당신의 공생애의 준비), 매해 부활주일을 맞이하기 위하여 저들도 그리스도를 본받아 똑같은 모습으로 준비하였던 것입니다. 따라서 사순절의 가장 중요한 (신학적인) 의미는 세례에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세례 안에서 기독교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동참하게 되는 것입니다.
로마서6:4-5절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의 죽으심과 합하여 세례를 받음으로 그와 함께 장사되었나니, 이는 아버지의 영광으로 말미암아 그리스도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심과 같이 우리로 또한 새 생명 가운데서 행하게 하려 하심이라. 만일 우리가 그의 죽으심과 같은 모양으로 연합한 자가 되었으면 또한 그의 부활과 같은 모양으로 연합한 자도 되리라.”
그러므로 사순절은 이렇게 초대교회에서 부활주일 새벽에 세례를 받는 사람들이 준비하는 기간으로 시작된 절기로서, “내가 누구인가?”를 분명하게 확인하는 그런 절기입니다.

사순절 하면 회개, 고난, 십자가 등만을 연상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원래 이렇게 그리스도의 부활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의 기간, 특별히 부활주일에 세례 받을 사람들의 훈련기간이요, 준비기간으로 시작되었던 사순절은 어거스틴 때에 이르러서는 세례와 상관없이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주님의 수난에 접하고 머무르는 준비의 기간으로 발전되어 갔습니다.
즉 사순절은 세례 받는 이들의 준비기간이라는 본래의 의미에서 더 나아가, 예수님의 마지막 예루살렘 여행 및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서 보이는 자기희생적(God's Self-giving) 사랑을 기억하는 절기로 발전되어 갔습니다. 그리하여 사순절은 시간이 흐를수록 엄숙한 예배와 그리스도인들의 경건한 생활을 강조하게 되었고, 기독교인들이 자신을 부정하고 참회하는 기간으로 지키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의미가 변화되어 간 것입니까?

본래 부활주일 아침에 세례 받기 위한 자들의 준비기간으로 시작되었던 사순절의 의미가 시간이 흐를수록 이렇게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며, 자기를 부정하고 참회하는 기간으로 변화되어 간 데는 아주 중요한 이유가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성인세례(Adult Baptism)의 사라져감이었습니다. 즉 기독교가 국교가 된 이후에 많은 사람들이 기독교인이 되고, 그들은 자신들의 자녀들에게 유아세례를 받게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5세기와 특별히 6세기에 이르러 기독교인 부모들의 아이들을 위한 유아세례(Infant Baptism)가 대대적으로 행하여졌고, 결과적으로 사순절 기간동안 성인세례를 받기 위하여 준비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압도적으로 줄어갔습니다. 결국 사순절의 세례와 관련한 의미는 점점 사라져 갔고, 반면에 참회적인 차원의 사순절의 의미가 더욱 강조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즉 사순절은 세례의 의미가 점점 사라져 감에 따라 회개와 참회의 의미가 강한 절기로 변화되어 갔고,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서 보이는 하나님의 자기희생적(God's Self-giving)인 사랑을 기억하는 절기로 발전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사순절을 맞이하여 어떤 마음의 자세로 이 절기를 보내야 할까요?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 온대로 사순절은 두 가지의 중요한 신학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절기입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근본적으로 사순절은 세례 지원자들을 위한 마지막 준비단계로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사순절은 예수님의 마지막 예루살렘의 여행 및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서 보이는 사랑의 자기희생적 성질을 기억하는 절기이기도 합니다. 즉 참회의 수요일(Ash Wednesday)로부터 시작하여 작은 부활주일인 매주일(The Lord's Day)을 제외한 40일간 계속되는 사순절(주일을 포함하면 실제적인 기간은 46일이 됨)은 세례와 회개를 통한 참된 돌이킴(True Con-version)의 기간인 것입니다.
즉 사순절은 회개(Repentance), 기도(Prayer), 화해(Reconciliation), 금식(Fasting), 그리고 우리의 세례 계약(Our Baptismal Covenant)을 통한 신앙성장을 위한 계절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순절은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의 옛사람이 죽지 아니하면 우리가 그리스도와 함께 새로운 삶으로 나아갈 수 없음을 상기시켜 줍니다. 우리는 우리를 위하여 죽음에서 일어나신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먼저 죽어야 합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살기 위하여 우리는 먼저 그와 함께 죽어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사순절은 우리가 죽음 안에서 살 수 있다는 역설을 가르칩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세례 받는 사람들은 그리스도와 함께 그의 죽음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십자가의 길, 부활을 향한 길은 우리의 옛사람의 죽음을 통해서 나아가는 길입니다. 죽음 안에서 우리는 살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만일 우리가 그의 죽으심을 본받아 연합한 자가 되었으면 또한 그의 부활을 본받아 연합한 자가 되리라.”(롬 6:5)고 선언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기간동안 성도들은 나를 위하여 십자가에 달리시고 부활하신 주님의 모습을 깊이 묵상하는 가운데, 오늘 현대교회 속에서 너무나도 ‘값싼 은혜’로 전락해 가고 있는 십자가의 수난과 구속의 은총을 다시 한번 새롭게 발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성도들은 사순절 기간동안 하나님의 자기희생적인 사랑(God's Self-giving)을 본받아, 주님을 위하여, 주의 몸 된 교회를 위하여,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를 위하여 우리들도 우리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달게 지고 좇아가야 합니다. 그리하여 역사의 어두움을 헤치고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부활의 새벽을 맞이할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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