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그리스도인
*** 세상과 그리스도인 ***
어저께 몇 분의 동역자들과 이야기를 하던 중, 어느 목사님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OECD(경제 협력 개발 기구, 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의 37개 가입국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답니다. 그 내용은 ‘자신의 행복을 위하여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여러 가지가 나왔는데, 의외로 미국에서는 1위가 ‘신앙’이라고 했는데, 우리나라는 무엇이었겠습니까? 37개국 중에서 유일하게 ‘돈’이라는 답변이 1위였습니다.” 즉 우리나라 국민이 현실적으로 가장 추구하는 것이 ‘돈이면 다 된다.’라는 생각입니다.
명심보감(明心寶鑑) 교우 편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주식형제천개유(酒食兄弟千個有) 급난지붕일개무(急難之朋一個無)” 해석은 이렇습니다. ‘술 먹고 밥 먹을 때 형이니 동생이니 하는 친구는 천 명이나 있지만, 급하고 어려울 때 막상 나를 도와줄 친구는 한 사람도 없다.’ 역시 명심보감 성심 편에는 이런 글도 있습니다. “빈거요시무상식(貧居鬧市無相識)이요, 부주심산유원친(富住深山有遠親)이니라.” ‘가난하게 살면 번화한 시장 거리에 살아도 서로 아는 사람이 없고, 넉넉하게 살면 깊은 산 중에 살아도 먼 데서 찾아오는 친구가 있느니라.’ “인의진종빈처단(人義盡從貧處斷)이요, 세정변향유전가(世情便向有錢家)니라.” ‘사람의 의리는 다 가난한 데서 끊어지고, 세상의 인정은 곧 돈 있는 집으로 쏠리느니라.’ 이것이 세상 사람들이 사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죽자고 돈을 모으고 남을 밟고서라도 높은 자리에 앉으려고 하며, 권모술수가 난무하고 거짓이 진리처럼 통하는 것입니다. 물론, 세상 전부가 이러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풍조로 가득한 세상에서 우리 그리스도인이 가져야 할 새로운 마음의 자리는 무엇이겠습니까?
예수님께서는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할 것이니라.”라고 하셨습니다. “새 포도주”는 ‘새로운 사상, 새로운 신앙’이며, “새 부대”는 사상이나 신앙이 담기는 ‘새로운 마음가짐, 새로운 사상의 틀’을 의미합니다. 여기에서 먼저 준비해야 하는 순서는 새로운 마음가짐, 즉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마음의 틀입니다. 우리가 어떤 물질을 그릇에 담고자 할 때, 먼저 그 그릇을 준비해야 하듯이, 신앙도 그것이 담길 마음의 틀이 준비되어야 합니다. 이처럼, 예전에는 없었던 새 포도주로 표현된 복음적 신앙은, 새 부대로 표현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창조적인 마음의 틀이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새로운 마음의 틀이 전혀 준비되지 않은 유대인들을 향하여 “묵은 포도주를 마시고 새것을 원하는 자가 없나니, 이는 ‘묵은 것이 좋다.’ 함이라.”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변화를 거부하는 유대인들의 마음의 틀’을 꼬집은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복음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 말씀은 현대를 사는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내용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비록 영적인 삶이 중심이 되어 있는 그리스도인이라고 할지라도 사회의 현상에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즉 국가적인 정책이나 사회적인 현실의 문제에서 떠나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세상과 담쌓고 사는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세상 안에서 소금과 빛의 삶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우리의 그리스도인은 새로운 마음의 자리가 필요합니다.
마라나-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