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자리에 필요한 사람
*** 필요한 자리에 필요한 사람 ***
2011년 11월 28일. 고려대 농과대를 졸업한 강병화 교수의 퇴임기념 강연회가 있었습니다. 그는 1979년에 떠난 독일 유학 중 종자 연구의 중요성을 처음 깨닫고 종자 연구를 전공으로 택했다고 합니다.
그는 1984년 귀국한 후 전국을 누비며 종자 수집을 해왔으며 30년간 수집한 국내 야생종자 1700종 7000여 점을 모두 고려대에 기증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야생들풀 100과 4439종 씨앗을 모아서 종자은행을 세웠다고 합니다. 그의 강연에서 남긴 명언이 있습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잡초는 없습니다. 밀밭에 벼가 나면 잡초고, 보리밭에 밀이 나면 또한 잡초입니다. 상황에 따라 잡초가 되는 것이죠. 산삼도 원래 잡초였을 겁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에도 잡초는 결코 나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사는 이 땅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하는 것이 이 잡초들입니다. 강병화 교수의 생각처럼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식물이 되지만, 자신에게 필요하지 않는 것은 잡초가 됩니다.
저희 교회의 마당과 밭에는 그동안 나를 끈질기게 괴롭게 했던 잡초들이 지겨울 정도로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농부들은 ‘농사가 잡초만큼만 잘되면 부자 안 될 사람 없다.’고도 합니다. 봄이 시작되면 잡초와의 전쟁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주머니 한 분이 마당의 잡초 중에서 무엇인가를 캐고 있었습니다. “그 풀 무엇에 쓰려고 캡니까?”라고 물었는데, 아주머니는 자신의 남편이 암으로 투병중인데 이 풀이 암에 좋다고 해서 캐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어느 날은 밭에서 쇠비름을 뜯고 있는 아주머니도 있었습니다. 텔레비전에서 쇠비름을 ‘오행초’라고 하는데 혈액순환에 좋다고 해서 뜯는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잡초로 천대받던 야생풀들이 귀빈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아마도 수많은 약초들도 그러할 것입니다. 약초도감을 보니 거의 모든 풀과 나무들이 약초가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 소중하고 유익한 풀들이 마당이나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괴로운 잡초가 된다는 사실입니다.
성경의 잠언 중에서 25:11절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새긴 은 쟁반에 금 사과니라.”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13절에서는
“충성된 사자는 그를 보낸 이에게 마치 추수하는 날에 얼음냉수 같아서 능히 그 주인의 마음을 시원하게 하느니라.”
이 말씀의 의미를 아시겠지요? 하나님께나 사람들에게 있어서 필요한 자리에 필요한 사람이 가장 아름답고 귀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