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 장로회
대복칼럼

상황신앙

작성자 늘푸른 댓글 / 조회: 5,100회 작성일 2014-07-23 22:27

*** 상황신앙 ***

‘상황윤리(situation ethics)’라는 말을 아십니까?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이 말은 1966년 조셉 플래쳐(Joseph Fletcher)가 새로운 도덕을 말하면서 ‘상황윤리(Situation Ethics)’를 출간하게 된 이후부터 활발하게 사용했습니다.
상황윤리란 어떤 것입니까?
인간의 행위를 선과 악, 옳고 그름으로 윤리적인 판단을 할 때에 규범윤리와 상황윤리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규범윤리는 윤리적 법칙이나 원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며, 상황윤리는 상황을 고려하여 윤리적 행위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플래쳐는 자신의 책에서 상황윤리를 설명하며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2차 대전 말 소련군 포로수용소에 수용되었던 베르크마이어라는 독일 여성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소련군 수용소에서는 임신한 여자는 반드시 집으로 돌려보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여자는 한 경비원을 유혹하여 임신하였고, 그래서 석방되어 이해심이 많은 남편과 수용소에서 임신해 온 아기를 키우며 행복하게 살았다는 내용입니다.
포로수용소에서 나갈 수 있고, 자신의 가정과 사회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간통도 허용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비윤리적인 행위도 그 상황에 따라서는 용납될 수 있다는 것이 상황윤리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오늘의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이 상황윤리화 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이 절대적인 행동지침이 아니라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서 행동지침도 바뀌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의 본향도 소속도 하나님의 나라이며, 당연히 생활방식도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방식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오늘의 그리스도인들은 마치 세상이 자신들의 영원한 본향인 것처럼 삽니다.

‘호죽기’라는 영감이 있었습니다. 70년대 초 감옥에서 출소했는데 채 하루도 지나기 전에 가게에 들어가서 삼립 빵 하나를 훔쳐 먹었습니다. 곧 경찰에 넘겨졌고 이미 전과가 있어서 당연히 교도소로 가게 될 줄 알았는데, 판사는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그러자 호죽기 할아버지가 말했습니다.
“판사님, 왜 집행유예입니까? 이 엄동설한에 어디에도 갈 데가 없습니다. 겨울은 날 수 있게 다시 판결해 주십시오.”

호죽기 영감은 남들이 결코 생각하고 싶지도 않는 감옥을 마치 자신의 집처럼 여기는 이유는 오랜 세월 그곳에 길이 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많은 그리스도인들도 세상에 정이 들어서 마치 세상이 고향인 것처럼 삽니다. 뿐만 아니라 카멜레온처럼 환경과 상황에 따라 믿음의 옷을 바꾸어 입습니다. 세상에 정이 들면 이렇게 마음이 정함이 없게 됩니다. 세상에 정이 들면 하나님의 나라는 멀어집니다. 오늘 나는 이런 어이없는 상황신앙에 빠져 있지는 않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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